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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귀월 기사입력  2020/06/18 [00:29]
[목선 이순동]난(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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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박귀월

 

난(蘭)

          목선 이순동

 

잎마다 수심이 깊은 듯 고개를 숙이고

그 무게를 가늘 수 없어

늘 명상에 잠긴 듯 말을 걸어도 화답(和答)은 없다

 

긴 투병기를 앓고 있는 환자처럼 시름시름 야위어 가고

사심으로 가득한 세상으로 온 날부터

작은 철망 사이로 경치를 보는 것이 답답하여 극단의 선택을

하였을까

 

끝이 보이지 않는 도심의 환승역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풀꽃들처럼 무언으로 저항했을지도 모르는데

해거름 넘도록 묵묵히 마르기만을 기다리는 삶처럼

하나둘 사라지는 작은 소망들

괜한 일을 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묻고 싶은 죄책감

언젠가는 훨훨 털어 버리겠지만

 

외톨이가 철망 사이로 세상을 보는 것이 외로워서

산중에 있던 너를 여기다 놓았지만

늘 혼자 가는 인생이기에

너는 투병기에 힘겨워 하여도

나는 마음을 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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