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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태 선임 기사입력  2020/12/21 [00:15]
의료기록보존원 설립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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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현 자유기고가

[대한뉴스통신/안상현 전 한국어 교사 / 현 자유기고가] 2014년 1월 서신초등학교 3학년생이었던 전예강 양은 코피가 멈추지 않자 모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이에 요추천자 시술을 받았지만 7시간 만에 쇼크로 사망했다.

 

전예강 양 사망사건은 흔히 있을 수 있는 그리고 다툼의 여지가 있는 일반 의료과실 사고였지만 세인의 관심을 사게 된 것은 그 누구보다 윤리의식을 성실히 준수해야 할 담당 의료인들이 피해자 가족이 의료소송을 준비하자 제반 의료처치 기록을 몰래 조작하여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료인들이 분쟁이나 소송에서 유리하도록 진료기록을 조작하는 것은 비일비재했었지만 전예강 양 사고 건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서 직접 나서서 의료기록 조작 행위를 밝혀냈기 때문에 더 이슈화되었다.

 

딸을 잃은 지 24시간이 지나서야 부모는 진료기록부를 발급받을 수 있었고 수혈 받은 시간과 혈압, 맥박수가 모두 허위 기재되어 있었다. 해당 의사와 간호사는 당시 경황이 없어 기록을 정확히 하지 못했다고 항변하면서 추후 의료기록 수정이 불가피했다고 재판정에서 말했다. 만약 전예강 양이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유가족이 의료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더라면 의료기록을 굳이 수정할 이유는 없었으리라.

 

의료사고 발생 시 추후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하기 위한 필수 조치로 의료기록부를 신속히 확보해야 하지만 경황이 없을 수밖에 없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회복치료에 전념하느라 관련 의료기록 확보에 신경 쓰기가 어렵고 이에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과실이 있는 병원에 의료기록 제출을 요청하는 일이 흔하다. 또한 우리사회에서 의료인은 선망의 직업군에 해당하기도 하거니와 ‘설마 의료인이 진료기록이나 영상기록을 조작하겠어?’라는 일반 시민의 선한 믿음이 동하여 의료사고가 나도 의료기록을 우선 확보하는 것에 소홀하기 쉽다.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의료사고가 발생하지만 정작 의료소송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령하고 있는 갑의 위치는 의료인이다. 의료기록을 작성하는 주체가 의료인이요 이를 수정·조작할 수 있는 주체도 의료인이요 또 의료기록 조작행위를 밝혀낼 수 있는 전문지식인도 같은 의료인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의료분쟁조정 및 의료소송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의료인이 의료인으로서의 양심과 윤리의식을 준수하는 것이 요구되지만 일단 의료사고가 일어나면 의료인도 인간이기 때문에 의료기록 조작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의료법에 의하여 의료기록을 고의로 수정하거나 조작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게 되지만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도 않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에 의료기록 조작은 더욱 더 빈번하게 행해질 것이다.

 

의료인의 기록조작 유혹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국가공인 의료기록보존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각 시도에 의료기록보존원을 설립하여 운영을 하되 모든 병원이 업무가 종료되면 그날의 의료기록을 의료기록보존원으로 온라인 송부하는 것이다. 각 병원도 의료기록을 보관하고 의료기록보존원도 의료기록을 보관하는 이중보관 시스템을 운영하면 의료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과실이 있는 의원에 굳이 내원할 필요도 없고 의사와 환자 간 감정이 격해질 가능성도 없다. 아울러 사건 발생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의료기록을 확보하여도 담당의의 의료기록 조작행위를 막을 수 있고 설령 담당의가 의료기록을 조작하여도 의료기록보존원 기록과의 비교분석을 통하여 쉬이 적발해낼 수 있다.

 

단, 의료기록보존원에 송부된 자료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하여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대외에 공개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본인이나 위임받은 가족 외에는 열람하거나 발급받지 못하도록 법제화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기록원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이 문제이나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의 입증책임 부담을 덜 수 있고 불필요한 의료소송 대신 합의가 일반화되어 국가 행정력까지 절감할 수 있으므로 충분히 고려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의무기록을 허위로 기재하고 있지는 않은 지 수시로 관리·감독해야 하는 보건복지부 및 관할 보건소 등 관계당국의 업무량이 대폭 줄어 국가예산도 절약 되며 무엇보다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도가 상승할 수 있으므로 하루빨리 정부와 정치권이 의료기록보존원 설립의 필요성에 대하여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  

 

필자는 작년 봄 전주 모 치과에서 의료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필자 역시 당시 경황이 없고 회복치료에 우선 전념하느라 사고 발생 후 한참이 지나서야 의료기록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는데 막상 자료를 받아보니 사실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고 의료인에게 유리하도록 수정·추가된 부분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필요한 교합조정술을 다회 받고 전체 치아가 과다 삭제되어 저작기능 장애와 턱관절질환이 발생해 버린 중대 의료과실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였으나 다행히 이를 논박할 수 있는 입증자료가 많이 수집되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할 수 있었다.  

 

의료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한 사람에게도 이렇게 허위자료를 제출하고 의료기록부를 조작하는데 법적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 시민에게는 얼마나 더한 행위를 해왔을지 생각하니 참으로 끔찍했다.  

 

하루빨리 의료기록보존원이 설립되어 환자와 의료인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의료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은 바로 의료기록원 설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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