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귀월 기사입력  2019/05/08 [00:28]
[ 시인 김영천] 무릎 보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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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보호대

             시인 김영천

 

절뚝거리면서도 이 산, 저 산

호구 조사하듯 나돌아 다닐 때

내 무릎을 아내가 아팠다

 

밀린 빨래며, 넓은 아파트 청소를 도맡아

하고

무거운 화분 들어내어 물 주고

돈 대신 원수 같은 먼지만 쌓이는 내 서재를

정리하고

 

왜 나는 절뚝거리면서도 무릎 보호대를

정착하고는

아닌 척 정상에 우뚝 서서

아내와는 정 반대쪽을 바라보며

심호흡이나 하고 내려와서는

 

내 대신 절뚝거리며

집안을 반질반질 닦아놓고 밥을 차려놓고

아내를 망부석처럼 기다리게만 할까

 

땀 묻은 등산복을 한 바구니 내놓고

무릎보호대처럼 구겨져 한 쪽에 누워 자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내는

또 터벅터벅, 낙타처럼 사막을 걸어가

세탁기를 돌린다

 

윙윙윙윙, 엄청난 소리를 내며 이 지구가

돌아가도

우리가 그 소리를 듣지 못하듯

아내가 나를 돌려도 나는 못들은 척 자는 수

밖에

도리가 없는

지구상의 어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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